우리는 쇠고기의 경우에는 육회로 많이 먹는데, 일반적인 형태로 채썰어서 먹기도 하지만 '뭉티기'라는 뭉텅뭉텅 썰어서 먹기도 한다. 생선회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육회는 많이 먹곤 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나 닭고기에 대해선 육회로 먹는다는 말을 들어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돼지고기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돼지고기를 충분히 요리하지 않으면 기생충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체계적인 돼지막에서 돼지를 사육해 사육환경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기생충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육류와 비슷할 정도로 안전하다.
과거 돼지에게 똥을 먹이고, 돼지를 풀어놓고 흙을 파헤쳐 모든 것을 먹일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돼지에게 인분을 먹여 기르던 시절이 있어 기생충에 쉽게 감염됐으나 1980년대 가축법 개정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이때 돼지고기의 육회가 기생충 때문에 위험하다는 교육을 받은 많은 중년들은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제주도는 물론 한반도 남부와 일본 오키나와 일부 지역에도 똥을 먹여 돼지를 키우는 일이 존재했다. 그리고 박물관에 전시된 오래된 중국 집의 흙 모형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의 대부분은 현재 현대적인 방법으로 돼지를 기르고 있다.
물론 출처가 불분명한 방목돼지와 수입돼지가 전체적으로 100%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돼지뿐만 아니라 다른 고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모든 생식은 부분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물고기 회와 쇠고기 육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입에 들어갈 때까지 운반 중 조리기구나 식기 등 세균에 오염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때 고온에서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을 경우 세균으로 인해 가벼우면 설사, 심하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쇠고기는 육회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관리되지만,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날로 먹는다는 인식이 드물어 철저한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도 돼지고기를 날것으로 섭취한다고 해서 기생충 발생할 위험은 낮지만 외부 경로로 인한 오염이 의심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일반 돼지고기를 생으로 먹고 싶다면 육회용 돼지고기를 따로 팔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기생충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후진국에서 발생하지만 2019년 6월 뉴욕에서 환각과 방향감각을 잃은 환자에서 뇌충이 발견된 선진국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이에 대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조충은 어떤 장기로도 이동할 수 있고 수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며 "잘 익지 않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양이와의 접촉으로 주로 간염에 걸리는 독소포자충의 간염 경로로도 꼽힌다. 미국에서는 덜 익은 돼지고기로 인한 간염이 고양이와의 접촉보다 더 높다. 따라서 태아 간염 위험이 있는 임산부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톡소포자충은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항암치료 중 암환자와 에이즈 환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돼지는 실제로 스스로 화장실을 정해놓고 집단 내 순위를 매기는 깨끗하고 지능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음식물쓰레기나 사람 섭취 등으로 부정하게 사육되고 있으며, 인식이 남아 있어 더럽게 사육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기생충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먹을 때 조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야생 멧돼지는 날것으로 먹어서는 절대 안 된다. 2011년에는 멧돼지를 육회로 먹은 뒤 기생충 감염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두 병원으로 옮겨진 사례가 있었다. 2019년 중국에서 훠궈를 먹은 사람들의 뇌에서 수백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돼 충격을 주었는데,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돼지고기를 익혀먹지 않았거나, 야생 돼지를 먹었거나 불건전한 사육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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